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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나 된 것은...

리얼맨 2014. 8. 5. 18:32

초등학교 1학년 입학식을 마치고 반 배정을 받고 자리에 앉았을 때 옆에 앉았던 여자 아이가 있었다.

그 어린 나이에 후광이 비쳤다는게 참 믿기지는 않지만 어쨌든 그 아이 때문에 고등학교 2학년까지 나의 삶은 그 아이를 통해 이끌려져 갔다.

공부를 잘하고 글씨를 잘 쓰고 달리기를 잘 했던 그 아이에게 뒤쳐지지 않기 위해 공부를 하고 글씨 쓰는 연습을 하고 운동을 열심히 했다.

초등학교 4학년때 그 아이가 컴퓨터 학원을 다닌다길래 나도 컴퓨터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물론 그 때는 그것의 나의 직업이 될 줄은 절대로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시작이야 어떻든 간에 컴퓨터 학원에서 하는 프로그래밍은 매혹적이었다.

당시에 처음했던 것은 GW-Basic.

* 표를 가지고 모형을 그리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다이아몬드, 삼각형, 사각형 등을 if, else, goto를 이용해서 그리곤 했었다.

남들이 1시간 동안 풀 문제를 10분 만에 풀고 나머지 시간은 게임을 하기도 했고 4학년~ 6학년 음악 교과서의 모든 노래를 beep 음으로 재생하고 가사가 나오게 하는 것도 만들곤 했다.

그 당시에는 그것이 어찌나 재미가 있었던지...

그 학원에서 가르쳐 주던 Database, 포트란, 로터스, Cobol 등을 다 배우고 가르칠 것이 없이니 하산하라고 했었던 그 때.

그 때 이후로 대학 시절까지 난 다시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접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대학을 진학하고 어렵사리 들어간 재료공학부에서 기초 필수로 C 언어를 들으면서 다시 희열을 느끼기 시작했다.

밤새을 새면서 작성하는 프로그램이 어찌나 재미가 있었던지... 그리고 3학기를 준비하고 컴공으로 전과를 했다.

하지만 컴공으로의 전과는 나를 무척이나 자괴감에 빠지게 했다.

비전공이었을 때는 문법부터 이론까지 하나하나 가르쳐 주시던 교수님이 전공으로 가고 나니 수업과 과제는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처음 접하게 된 OOP... C++ 은 참... 말도 나오지 않는다.

친구에게 과제를 부탁하고 그걸 제출하면서 참 부끄러웠다.

그래도 그 소스를 어지간히 분석했고 다음에는 클래스 틀만 짜 달라고 해서 로직은 내가 작성해서 제출하고 3번째 과제부터는 처음부터 내가 작성해서 제출하게 되었다.

물론 그 외에 다른 과제들을 한다고 거의 일주일에 3~4일은 밤샘을 했었다.

 

좋은 머리가 아니어서 남들보다 2~3배는 더 공부를 해야 남들과 비슷한 성적을 유지할 수 있는 나였기에 과제를 하면서 시험 준비를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며칠 밤샘을 하고 나면 공부를 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고 그냥 쉬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1~2학년때 4점 초반대의 점수가 3.5점 밑을 맴돌았고 점점 점수를 까 먹고 있었다.

나는 며칠을 밤샘해서 겨우겨우 작성해서 간 프로그램을 누구는 하루 이틀에 뚝딱 만들어서 제출하는 것을 보면 내가 한심하기도 했고 다른 사람의 것을 배껴서 간 사람이 내 것보다 좋은 점수를 받으면 그 울분을 참을 수가 없었다.

 

내가 만약 계속 프로그램 공부를 했었다면...

누군가가 그때 C 프로그램에 대해서 얘기해 줬었다면...

군 시절에 파워 빌더를 하는 팀에 갔었다면...

 

이런 생각을 해 보곤 했다.

특히나 요즘 SW 교육이 초, 중, 고에서 의무화될 수도 있다고 한다.

만약 내가 요즘 시대에 태어났다면 나는 나의 재능을 조금은 더 잘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곤 한다.

 

하지만, 나의 나 된 것은 다 하나님 은혜라...

지금까지의 나의 삶의 모습, 현재의 나,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도 나에게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들, 돌아가는 것 같지만 가장 빠른 길이라 생각된다.

과거에 그러하지 못 함을 후회하거나 안타까워할 필요 없다. 그것이 내게는 가장 옳은 길이었고 적당한 길이었을 것이고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단지 나는 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했는가를 생각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세상은 결과적으로는 공평할지 모르나 현재는 불공평하게 느껴진다.

물질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천부적인 재능도 불공평하게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의 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나머지는 맡기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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